언제나
맨 앞에서 줄을 서야 하는
막내아들 녀석이다
아이들이 꼬마라고 놀린다며
자주 울고 들어오는
막내야, 어쩌겠니?
너는 너일 뿐이야.
네 마음에 품은 꽃이나 정성껏
피우려무나.
키 작아도 대통령될 수 있고
키 작아도 박사될 수 있단다.
마침 화단 맨 앞에 줄지어 서서
뜨거운 여름을 용기 있게 극복한 듯
채송화 꽃들이 활짝
함박 웃음 지으며
만개(滿開)하고 있었다.
-<채송화>의 전문-
이 시의 시적 화자는 꼬마라고 놀림받는 막내아들로부터 화제의 실마리를
풀어 간다. 자주 울고 들어오는 막내아들의 일상적인 사건은 단순한 화제
꺼리로만 지나쳐 볼 수 있으나, 시인의 눈은 이러한 비근한 사실에서도
현상 너머에 있는 존재의 깊은 곳까지 투시한다. 그리하여 사물의 본질과
형상을 발견한다. 이것은 작자 자신의 현실적인 삶의 영역을 확대시킬 뿐
만 아니라 자아의 정서와 원형적인 미적 요소의 즐거움으로까지 확대된다.
키가 작은 자신의 존재는 자신일 뿐이라는 자아의 존재 의미를 인식할 때
마음의 꽃은 정서의 아름다움으로 변용 된다. 대상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인
식과 그것을 변용하는 시적 승화는 양수창 시인의 감성에 의하여 형상화
되고 있다.
네 마음에 품은 꽃을 정성껏 피우기를 바라는 시의 화자는 만개(滿開)된
채송화의 웃음을 통하여 자연의 질서와 동심의 조화를 시의 내용으로 구현
한다.
뜨거운 여름을 용기 있게 극복한 채송화와 키가 작은 꼬마의 열등감을 극
복하기를 바라는 시적 화자의 입장은 의지와 감정의 조화를 시적 상상력으
로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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