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수
홈페이지 시인 박재수 프로필 이메일 방명록
  이동호 - 조용한 가족
  글쓴이 : 날짜 : 04-01-02 05:01     조회 : 2191    
  Trackback Adress : http://bimilo.com/gnu4/bbs/tb.php/chuchunsi/22
조용한 가족

이동호

무상 임대 아파트 8층 복도,
한 덩이 어둠을 치우고 걸어 들어간다.
복도가 골목 같다.
이 골목은 일체의 벗어남을 허용하지 않는다.
복도가 직장이기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도를 벗어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이곳에서 사표를 낸다는 것은
極貧의 뜻이고,
담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일층으로라는 의미를 지닌다.
저승은 주로 일층에 국한되어 있었으므로,
고층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시 죽음과 내통하는 셈이다.
작년, 두 사람이 일층으로 순간 이동했다.
올해는 벌써 두 명분의 숟가락이
고층에서 주인을 퍼다버렸다.
몇 사람 더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으니
한 두 집 더 빈 공간이 늘어날 것이다.
밤하늘은 눈치가 빠르다.
미리 弔燈을 내걸었다.
사람들은 아파트 속에 조의금처럼 들어 앉아있다.
일부는 여전히 복도를 서성이다가
아무런 말없이 일층을 내려다보곤 한다.
이곳에서는 침묵도 하나의 宗派가 된다.
사람들은 침묵을 광신도들처럼
따른다.


추천시
게시물 26건
No Title Name Date Hit
26 황지우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박재수 05.03.17 4185
25 황동규 - 풍장 박재수 05.03.13 2876
24 김성규 - 독산동 반지하동굴 유적지                  … 04.01.02 2079
23 김종현 - 폐타이어 04.01.02 2291
22 이동호 - 조용한 가족 04.01.02 2192
21 최영철 - 냉동창고 03.12.21 1710
20 나희덕 - 눈길 03.11.15 1774
19 김기택 - 화석 03.11.15 1888
18 양수창 - 채송화 (1) 03.08.24 2624
17 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03.05.12 1974
16 이성복 - 음악 03.05.12 1764
15 마종기 - 책장 03.04.19 1965
14 천양희 - 오래된 골목 03.04.13 1888
13 이윤학- 집 03.04.13 1760
12 김광규- 저녁길 03.04.13 2150
11 김기택- 타이어 03.03.23 1744
10 안도현 - 섬 03.03.23 1907
9 안도현- 연탄 한 장 03.03.23 2886
8 정진규 - 비누 03.03.23 1701
7 장석남 - 맨발로 걷기 02.10.13 1813
 1  2  
 
비밀번호 찾기 회원 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