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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일기. 17 -시, 그 애증에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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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02-09-23 18:27
조회 :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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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칠 세 소년이 그대를 알게된 것은 불행이고 행복이었습니다. 그댈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지는 이 섬득한 마력, 아아 이럴 수도 있는 건가요 만물의 영장이 활자 몇자에 연민을 느껴도 되는 건가요 지금도 이해하질 못하는 이유는 첫 눈에 넘어갔다는 전율, 그래요 저는 그 첫 순간을 잊지못하는 아니, 기억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 풋풋한 목소릴 공개합니다.
무지개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나니
내 인생이 시작할 때 그렇했고
어른이된 지금도 그러거늘
늙을 때 또한 그러하리다
아니면 죽을지어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는 내세월의 하루하루
자연의 경건으로 묶여지기를 바라노라
이 한편의 시는 저를 평생 시의 동아줄에 묶여논 악녀였습니다. 은백의 형체가 우우우 울부짖는 가로등 옆을 걸어봤나요? 그녀는 차가운 눈이였습니다.내 가슴을 포개면 여지없이 녹아내리는 위험한 짐승입니다. 세상을 다 삼킬 기세로 하얗게 덮인 세상에 잠겨보았나요? 마약처럼 그녀에게 취해 펜을 바늘처럼 백지에 꽂는 나의 모습!!
열애일기. 2
왜 이럴까요
그녀와 접촉한 이후 매사에 의욕이 없어요
몸 속에 침입한 세균일까요
근육이 천천히 풀어지고
자율신경은 통제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어요
그녀는 아편이 아닐까요
바라만 보아도 눈이 풀려요
치유되지 않기를 원해요
부서지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아, 황홀해요
열애일기. 4
-삼월, 눈 내리고
차가운 바람 창공에 홰를 칠때 참을 수 없는 그리움
몸을 풀어 그대 가슴에 포개집니다
초봄 따스한 체온의 황홀함
백설의 피부 몸을 녹여 천천히 스며들 때
촉촉히 젖어 입술 여는 그대 가슴 속에
꽃으로 피어날
봄
일제히 하늘 닿을 듯한 몸부림
푸릇푸릇한 손짓들
세월이 지나 제 사랑이 식었나 봅니다. `새로운 것'의 유혹에 넘어가 가정과 간통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두 딸의 아빠라는 즐거운 쇠고랑도 발목에 채웠습니다. 아시겠지만 `새로운 것'이 들어서면 자연히 `헌 것'은 물러나기 마련입니다. 불륜은 아름다웠습니다. 가정과 사귀는 동안 쉼 없이 흘러갔습니다. 슬펐던 기억이여! 황망한 사월이여!
열애일기. 6
-편지
배달되어 온 가슴을 여는
순간
지상의 티 한 점 스며들지 않은 언어
흰 살결에 모자이크로 속삭이고
강아지풀 뺨 부비는 환청으로 들리는
투명 바람 같은 네 음성
갑자기 배달된 편지와 같이 그대는 저를 다시 유혹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사랑을 만난 것 같은 생동감이 푸르게 푸르게 하늘을 휘젖습니다. 펜쟁이가 펜을 두려워 하다니! 한 때 "쟁이"를 흠모하며 칼을 갈 때가 있었지만 거짓말처럼 펜이 두려워지더군요. 시가 내 곁을 떠났을 때의 중압감, 느꼈나요? 그 살 떨리는 영혼의 울부짖음을 내 손으로 빚은 자식 그 아픈 시간의 기억 속으로 그녀는 저를 부릅니다. 다시 유혹을 합니다. 아아, 저는 어쩌지요. 머리 속에서 꺼내달라고 소리치는 언어의 울부짖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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