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산에 오릅니다. 휘휘휭 서늘한 바람이 귓가에 못을 박습니다.푸르름을 잃고 여윈 가슴을 드러낸 나무는 얼마나 가슴이 시려울까요? 내가 우울해서 그렇지 꼭 그렇지 만은않은 것 같습니다. 가지 끝은 일제히 하늘 궁뎅이를 간지릅니다. 낄낄거리는웃음소리에 지나가던 구름이 놀라 힐끔 곁눈질하며 길을 보챕니다.
들어봐, 겨울산의 속삭임을, 처음 나는 긴 동면에 빠졌다고 생각했어. 생귀 앓는 추위에 귀를 가려 몰랐지 이 동넨 완전히 시골장터야 땅 속에선 밤나무들이 눈이 맞아 연신 찝적거리고 쎄일하는 물을 찾아 뿌리들은 서로 엉켜있어 바뻐, 조금 있으면 봄이야 새싹을 준비하기 위해 앙상함으로 위장한 채 힘을 힘을, 모우고 있어. 아래로 아래로......
탁트인 겨울산 아래,
중부고속도로가 아이들 마냥 달리고, 저게 뭐야 ? 졸졸 흐르는 것이 한강이라고! 작은아파트 아래 꼬마 집도 보이네 수야오빠네 차숙이언니네, 그 아래 선영이언니 아파트도보이고 아담하여라 보일듯말듯한 경희네 집, 저 멀리 미숙이랑 경숙이 언니 집도 보이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 눈탱이 밤탱이 됐다는데 병원엔 안가봤어 쯔쯔, 눈싸움 작작해 그러다 눈맞을라)
아래를 보면 모두가 어려, 왜그런지 몰라 꼬마들은 한줌도 안되는동네에서 골목대장이라도 할려고 비비탄이야 장총이야 빵빵거리고 겨울산은 신기해, 몇안되는 햇살 받으려 서로 옷을 벗잖아 하여 봄을 준비하고
눈부셔! 아래를 보면, 그림이 작아지는것이 아니라 내가 작아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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