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손가락으로 그림자 만드는 놀이를 한 적이 누구나 있을겁니다.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면 사슴도 되고 독수리도 되고...
그게 인간들 놀이 뿐, 그림자는 거짓없는 모양을 조각해 냅니다. 형상과 모양이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밝기에 따라서 명도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모습 같아도 그림자는 제 모습일 뿐입니다. 어느밤 골목을 마치 따스한 이불 속처럼 미끄러 들어갔을 때 졸졸 따라오는 사내, 긴 세월을 같이 지냈지만 있는 듯 없는 듯 말없는 그가 측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뛰다가 걷다가 힐끔 뒤돌아보며 놀아줍니다. 사내와 "가위 바이 보"도 합니다. 한번도 승부가 난적도 없습니다.(초기 정신분열증 증상)
섬득해라!
언제부턴가 시커먼 사내가 나를 바르게 조명하지않는다고 생각 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말하면 나는 나의 모습을 바르게 바라보는 가로등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외면도 합니다. 사내가 흐릿하게 따라올 땐 다행으로 생각도하고 일부러 비쳐진 모습이 보기싫어 짙은 어둠으로 그를 몰고 간적도 있습니다. 그림자놀이처럼 다르게 비쳐지길 원하다니!
문득 사내를 보고 세월 핑게도 대고, 사회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지만 그의 숙명은 같이 소멸될때까지 배반하지않습니다 이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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