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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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속에서 버티고 있는 시인의 가슴 -김기택 시인의 시를 읽고
  글쓴이 : 날짜 : 02-09-24 16:18     조회 :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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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속에서 버티고 있는 시인의 가슴 -김기택 시인의 시를 읽고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텔레비젼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낭하다
귀뚜라미나 여치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이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들어
그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은 두근거리며 메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뒷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부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까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 공기 들이 쉬니 허파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 김 기 택 (현대문학상 수상작품 중에서)

사무실 컴퓨터를 벗어나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문명이다. 언제부턴가 인간은 문명을 창조하고 스스로 그 문명의 속국으로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TV, 냉장고... 인간이 쓰고 있는 모든 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필요에 의한 것 같지만 사실 문명에 필요에 의해 인간이 움직여지는 것이다. 시인이 두려워 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문명에 의해 잃어 버리게 되는, 스스로 차단되는 비문명적인 부분이며, 동시에 그리워하고 있다.

텔레비젼을 끄자
풀벌레 소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속에 들으니 벌레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텔레비젼은 문명의 상징이다. TV가 가르치는 시간이 많을 수록 우리의 귀와 눈은 점점 인간 본성적인 것을 추구하지 못한다. TV가 켜져 있는 시간에도 풀벌레들은 울고 있다. 그 울음을 들을 수 없는 이유는 220V의 전류가 곳곳에서 우리의 귀와 눈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감지한 시인의 가슴은 점점 멀어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이렇게 노래한다.

발뒷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 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까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시인은 문명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비문명적인 것을 잃으면 그것 또한 죽은 사회라 생각한다. 시인은 하나의 존재다. 하나의 존재는 나약하게만 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느끼고, 버티는 것, 그 버팀은 나약해 보인다. 하지만 환해진다.

크게 밤공기 들이 쉬니
허파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박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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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자연의 대립

인류 역사이래로 문명과 자연은 공존해 온 것으로 봐야한다. 현대문명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생기는 문명과 자연의 괴리감, 이것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이 고민을 작품의 화자는 말하고 있다. 여기는 두개의 가치관이 혼재되고 있는데, 문명과 자연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자연적인 상태를 동경하는 과거지향적 사고가 그것들이다. 즉 세계를 두개의 부류로 나는 이분법적 사고와 전통을 지향하는 과거지향주의가 이 시의 전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지향적 사고는 다분히 시에 있어서 서정성을 유발시키는데 한 몫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서정시인들의 독특한 특성이다. 또 이분법적 사고는, 시에 있어서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확연히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서정성과 확연한 작가의 목소리, 이것이 이 시의 성공요인이다. 따라서 시는 이중,삼중의-아주 복잡해지면 곤란-가치관을 동원할 때에 보다 좋은 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물론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 어느정도 된다는 점을 전제하는 하에서-
허나 이 시는 자연친화의 시가 되어 환경시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기는 하나, 현대사고의 흐름, 즉 다원주의를 반영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시의 방향은 이분법적인 사고보다 문명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융화성의 사고로 가야할 것이다. 물론 그 전초작업으로 문명에 대한 고찰은 선행되어야 한다.-이 시처럼-, 그러나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문명과 공존가능성을 탐색해 봐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가고자하는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단 시작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이분법을 사용했을 적보다 확연한 주제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를 찾는 것이다. 시 속에 다원주의를 들여오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험을 하면서 새로운 사고를 지향하는 시를 작금의 시인들은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현대 시인들이 가진 고민이 될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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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수세 속에서

문명과 비문명의 공존이라? 아주 이상적이라 생각 됩니다. 하지만 그 뜻은 형세가 비슷할때 가능하겠지요. 지금의 시대는 문명과 자연의 대립이 아니라 문명에 대한 자연의 일방적 수세만 있을 뿐이라 생각됩니다. 자연은 문명에 대항할 힘도, 의사도 표현 하지 못합니다. 오직 결과로서 문명에게 경고할 뿐이죠 시인의 입장에선 그 경고가 두려운 것이고 느끼고 표현한것 입니다. 김시인도 문명과 공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공존의 방법이 나약한 버티기일 뿐이죠(별빛 담은 신선한 공기 마시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수 없습니다......

<박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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