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의 원리
비유의 근거는 유추, 즉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 또는 연속성에 있다. 두 사물의 동일성에 의 하여 비유는 성립된다. 이 동일성의 발견을 심리학 용어로 전이라 한다. 따라서 비유는 동일 성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동일성의 서술이다.
오늘날, 차들이 오고 가는 큰길 버스 정류장에
10원짜리 동전 한 닢이 길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육중한 버스가 멎고 떠날 때
차바퀴에 깔리던 동전 한 닢
누구 하나 허리 굽혀
줍지도 않던
테두리에 녹이 슨 동전 하나
저녁에 집에 오니 석간이 배달되고
그 신문 하단에 1단짜리 기사
눈에 뜨일 듯 뜨이지 않던
215번 버스 안내양의 조그만 기사
만원 버스에 시달리던 그 소녀가
승강대에서 떨어져 숨졌다 한다.
-김명수 [동전 한 닢]-
버스 안내양을 10원짜리 동전 한 닢으로 그것도 녹슨 동전으로 유추한 것은 매우 적적하고 놀라운 발전이다. 그리하여 안내양의 죽음이 차바퀴에 깔리는 동전으로 형상화되고, 한 서민 의 비참한 사고사가 평범한 일상사처럼 처리되는 그 엄청난 소외감으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이런 감동은 비정할 만큼 냉정한 화자의 보고자적 태도에도 기인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문학 그 자체는 우리의 정신과 사물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언어를 사용하며, 정신 과 사물을 연결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된다. 이렇게 비유의 동기는 인간의 마음과 외부세계를 결합하여 마침내는 동일화가 되고 싶어하는 욕구인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적 세계간(시정신)의 본질은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에 있으므로 비유적 언어야말로 가장 시적인 언어이며 시의 대표적 장치가 된다.
시론 (김준오, 이우출판사) p.10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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