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수
홈페이지 시인 박재수 프로필 이메일 방명록
  빗방울들이....-하남문학 3집을 읽고
  글쓴이 : 날짜 : 03-05-14 08:37     조회 : 1832    
  Trackback Adress : http://bimilo.com/gnu4/bbs/tb.php/pyungron/11

    빗방울들이 추슬러 몸을 일으킨다
              -하남문학 3집을 읽고


   이 퇴적암처럼 쌓여가는 끝없는 활자의 화석암 위로 끝이 없이 언어가 수직으로 내려 몸을 펼친다 암울한 시대의 문학은 내려앉은 것일까, 상승하는 것일까? 아니면 혼돈의 공간 속을 뿌옇게 유영하는 것일까 문학의 길이 자기 위안에 빠져 스스로 굳어가는 퇴적암의 시대에도 상승의 시도는 끝이 없이 이어져 왔고 하락과 상승의 윤회 속에 문학의 대지는 조금씩 젖어 버티는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상승의 시도는 문학을 道로서의 인식 아래 퇴적되지 않는 호흡의 미학으로 글을 써갔다. 추락하지만 결코 추락하지 않는 빗방울들이 추수려 몸을 일으키며...

   꿈 

푸드득 
날개소리에 놀란 빗방울들이 추수려 몸을 일으킨다 멀거니 서서 바라보던 전봇대의 시야에서 날개짓이 멀어 질 때도 빗줄기는 날아가 버린 발자국을 느끼고있다 바닥에 곤두박질 친 지푸라기들은 점점 내장을 드러내다 흔적도 없이 떨어지는 희망을 안고 어제를 되풀이한다 다음날 절룩거림도 없이 전깃줄로 날아든다
             -추경희의 꿈 全文-


   추 시인이 쓴 시의 모티브는 `현실'이다. `꿈'에서처럼 바라보던 전봇대의 시야에서 날개 짓이 멀어져가고 그 빗줄기는 날아가 버린 발자국을 느끼고 있다. 발자국이 흔적이 없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아픔의 시간이며 동시에 되찾아야 할 희망인 것이다. 그 희망은 흔적도 없이 떨어져 어제를 되풀이할 것 같지만 다음날 희망은 절룩거림도 없이 전기줄로 날아온다. 추 시인의 꿈은 꿈이 아니라 이 시대에 극복해야 할 현실인 것이다. 또 한 편의 시에서 그의 문학적 토양이 드러난다. 

문득/하늘이 내려와서 지친 나를 안아주었다/가만히/눈감고 기대어 구름에 젖은 빗물을/돌이켜 보니/그 향기는 무심코 오는/물 비늘 냄새가 결코 아니다/어느새
- 중 략 -
나는 하늘을 스러안고 그곳에 있다

                     -추경희의 명상 中에서-

   그는 지쳐 있었고 하늘이 안아주어야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하늘을 쓰러 안고 그곳에 있다. 오늘날 이해관계 속에 사는 이기적인 현실의 삶 속에서 그는 아픔을 쓰러 안아 삭히며 나누는 것으로 세상을 포용하며 그 속에서 문학적 토양을 마련하고 있다.

거울

숲은 그림자로 서 있고
새들은 날지 않는다
팔매질 해대는 시간
가슴에는 빈 바다만 남아
분노로 살아오고
젊음은 허기진 꿈으로
스스로를 키운다
시력 밖에서 태어나는 어둠
날개를 겨냥 하지만
꽃으로 태어나지 못한다
평면도형 속 살아있는 하늘
목마른 소리가
도시를 이탈하여도
시간의 자는 잴 수가 없다
마흔이 되어도
꽃으로 태어나는 나이를 볼 수가 없다
거울을 보는 눈은 뜰 수가 없다

                   -김양숙의 거울 全文-

   지천명을 넘긴 김양숙 시인의 시 세계는 추락과 상승 속의 현실이다. 그 현실은 앞만 보고 온 그늘진 시대다. 영혼이 쉬지 못한 계절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단면적 시각과, 정지된 시각을 통해 어쩌면 정지된 듯한, 이루지 못한 꿈들, 허망한 삶을 표현하고 있다. 그 풍경은 거울에 비쳐진 시인의 삶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청바지를 빨자/시멘트 바닥에/형태대로 펼쳐놓고/무릎 부근에 때가 절어 있다/ 가랑이도 더러웠다/뒤 호주머니에 먼지 낀 유년의 꿈/비누를 칠한다
-중략-
손들이 씻겨진다/젊음이 씻겨진다/날개가 씻겨진다/자유가 씻겨진다/나의 삶/얼마나 더러워졌을까/일년에 한 번쯤/펼쳐놓고 씻겨 줄 손/손은 없을까

     -김양숙의 손 中-

   김 시인의 상승 모티브는 자기 반성에서 시작한다. 청바지에 비유된 자신의 퇴색해 버린 젊음을 회상하고 인간의 원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를 씻기를 원한다. 그는 씻기기를 갈망한다. 그것은 또 하나의 시작이며 또 하나의 출발이다. 자기반성이 없는 이 시대의 아픔을 탈출하고자 내면 속에 묵은 때를 벗김으로 감동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초봄 강

살얼음 밑에는
조용한 반란군들의 움직임이 있다
소리도 흔적도 없이
반역을 도모하여
바다를 귀신처럼 점령하여 간다.

증인도 없는 완벽한 공작
쩡쩡 제 몸을 갈라버리며 찾지만
겨울은 바다로 은신중이다.

카멜레온이 물빛으로 변장하여
깔깔거리며 웃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곤거리며 천천히 걸어간다.

봄 햇살이 부르르 떨어지면
두꺼운 긴 꼬리를 잘라내고
새살이 돋는 시원한 소리가 흐른다.

           -장기근의, 초봄 강 全文-

   그의 시에는 반란군의 움직임이 있다. 장시인이 사물을 전의 시키는 묘사 속에는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감지된다. `초봄'을 인식시키기 위해 겨울의 끝에서 그는 조용히 반란군의 움직임을 찾아낸다. 증인도 없는 완벽한 공작처럼 느끼지만 어느새 살얼음 밑에서 시작된 봄의 이미지는 그 기나긴 동면의 밤을 점령하고 봄을 꽃 피운다.

`봄 햇살 부르르 떨어지면/두꺼운 긴 꼬리를 잘라내고/새살 돋는 시원한 소리가 흐른다'

   장시인의 문학적 상승의 시도는 사물을 보는 인식의 신선함과 묘사의 새로움에 있다. 시가 난무하는 이시대에 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시인의 또 한편의 시에서 그만의 인식의 세계를 알 수 있다.

종(鐘)

선잠 깨어/잠못 이루는 산사(山寺)/비가 바늘되어 흐르는/가을 밤/까맣게 종이 울고 있다/울림으로 가슴을 적시는/긴 메아리/종은 제 살을 도려내어/마침내 소리를 만들었다.
              -장기근의 鐘 全文-

   문학이 난무하는 이 추락의 시대에도 상승의 시도는 끝없이 이어왔다. 그것은 처절한 자기 계발의 시도였고, 그 모습은 새로운 인식의 묘사로 버텨왔다. 지역의 문학단체에서 끝임없이 제 살을 도려내어 상승을 시도하는 꿈이 있기에 문학은 살아 있다.
그 길은 결국 이루어야 할 명제이다. 그때 제 살을 도려내어 마침내 소리를 만드는 鐘처럼 울림으로 우리의 가슴을 적시게될 것이다.

종은 제 살을 드러내어
마침내 소리를 만들었다


















평론
게시물 15건
No Title Name Date Hit
15 5.18 민주항쟁기념 청소년 백일장 대상 작품 "그날"을 읽고 박재수 08.06.05 1788
14 현대시의 이해와 현대시의 흐름 - 박재수 08.03.31 2170
13 동일성의 원리 박재수 05.01.29 2720
12 오솔길 스스로 숲이되는 -장기근의 시세계(하남문학 4집에서)- 04.08.28 1935
11 빗방울들이....-하남문학 3집을 읽고 03.05.14 1833
10 개나리 앞에서 03.04.08 1642
9 김소희님의 시, 가로수를 읽고 02.09.26 1320
8 박재수의 시 -근황 18 02.09.25 1454
7 박재수의 근황 2 -생선을 읽고 02.09.25 1349
6 김기택의 어린시절이 기억나지않는다를 읽고 02.09.24 1581
5 어떻게 詩 같은 詩를 쓸것인가 02.09.24 1574
4 뭉게구름을 읽고 2002'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박재수 02.09.24 1371
3 詩人의 가슴 -추경희의 시세계 02.09.24 1538
2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 하남문학 2집을 읽고 02.09.24 1485
1 문명속에서 버티고 있는 시인의 가슴 -김기택 시인의 시를 읽고 02.09.24 1925
 
비밀번호 찾기 회원 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