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수
홈페이지 시인 박재수 프로필 이메일 방명록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 하남문학 2집을 읽고
  글쓴이 : 날짜 : 02-09-24 16:21     조회 : 1499    
  Trackback Adress : http://bimilo.com/gnu4/bbs/tb.php/pyungron/2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 하남문학 2집을 읽고

뿌리가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많은 뻗어감은 오직 땅으로 땅으로 깊이 흘러간다. 뿌리의 촉수에게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긴긴 세월 암흑 속에서 길을 찾는 촉수에게 부딪치는 것은 언제나 막혀진 흙일 뿐. 하지만 뿌리가 드러나지 않고 자신이 더욱 튼실히 자리잡음으로 싹은 나오고 있다. 자라서 영글고 있다. 힘차게 몸을 뻗어 치솟고 있다. 그대 알고 있는가, 지상의 환희를 위해 지금도 그 가냘픈 촉수가 믿어지지 않게 막힘을 뚫고 있다는 사실을!


쥐똥나무

이놈의 모습은
쥐똥의 쥐똥이다
싹도
열매도
이파리도
모조리 쥐똥의 쥐똥이다
그러나 저항도 없이
세상의 끄트머리로
잡것처럼 내몰려
쥐똥의 쥐똥이다가
흰꽃 멍울져 터뜨리면
뿌리 끝 아리도록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 방운규의 쥐똥나무 全文 -


쥐똥나무는 어떻게 보면 버려진 나무이다. 또한 야생의 들판에서 아무도 관심없는 나무이다. 작가의 노래처럼 세상의 끄트머리로 잡것으로 내몰린 민중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하여 역사가 증명하듯. 보았는가! 쥐똥의 쥐똥이다가 / 흰 꽃 멍울져 터트리면 / 뿌리끝 아리도록 /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 힘. 방시인은 참으로 놀라운 시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는 `쥐똥'의 뉘앙스를 실로 교묘하게 시적형상화시키고 있다. 또한 주제 의식이나 문학적 관점에서 작품 완성도는 가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안개는 힘이 아니다. 하지만 스르르 침범하여 땅과 하늘을 점령하여 엄습하는 그는 분명 힘이다.



봄 동

낮달이 초췌하게 떠 있는 겨울날 오후
아버지가 보고 싶어지면
개똥 툭-툭 털어낸
그 옛날의 배추쌈이 아니더라도
습관처럼 시장에 나아간다 그리고
유년의 추억과 그리운 아버님의 모습이 계시는
넓적하며 단내 깊은
배추 한 포기를 사들고 들어온다

- 김미숙의 봄동 中에서


작가는 봄동 그 초록의 아파리를 보며 아버지를 생각한다. 낮달이 초췌하게 떠 있는 겨울이지만 아버지를 생각하고 시장에서 배춧잎을 사온다. 그 배춧잎은 아버지의 삶이 있고 흔적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관찰력에서 남달라야 한다. 봄동과 아버님의 同化, 김시인은 자신만의 관찰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안개도시.1

석잔 반의 소주를 마시면
세상이 보여
내안에 쌓아 두었던 욕망의 시간들을
모두 토해 낸다
꿈은
가졌던 만큼 비워 내고
전화 벨소리를 듣는다
자동응답기에서
송신인 없는 메시지가
안개를 불러내고 있다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어
안개만 있어 준다면
술잔을 부딪쳐서라도
깨뜨리고 싶었던 순수의 유혹

-김양숙의 안개도시.1 中에서


세상은 언제부턴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소주를 마셔야만 보이는 세상 송신인이 없는 전화의 자동 응답기. 인터넷상의 익명성. 모두가 흐려진 안개도시의 모습이지만 김시인에게 있어서 현실은 우울하지만 않다. 사상의 반전이 나타나는 것이다.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어 / 안개만 있어 준다면 / 안개도시 속에서 탈출이 아닌 동화됨으로 작가 스스로는 살아 있다. 또한 그의 시적 표현력은 특출하다. 자동응답기에서 / 송신인이 없는 메시지가 / 안개를 불러내고 있다 라는 개성적인 요소가 작가가 살아있는 절대적 `요소'다.


무 상(無常)

바람이
제깟 바람이
아무리 흔들어대어도
나는 내가
꼭 쥔 손 놓지 않을
마지막 잎새일 줄 알았다.
넝쿨보다 질긴
생의 목숨을 믿었다.

가끔은
너무나도 가볍게
내 몸을 날려버려
먼지처럼 날려버려
소풍 뒤 입장권 같은
허연 생의 비늘을
미련도 없이 날려버려.

결국
하루보다 더 긴 하루는
기다리지 못했다.

-이순옥의 무상 中에서


절망이 유혹하는 이 시대에 추락을 상상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한 번 쯤 무상을 느끼며 상상하지만 현실은 로보트마냥 적응해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행'에 몸을 싣는 것이 인생사다. 그는 수필가지만 시적 자질이 출중하다. 또한 `느낌의 시인이다' 느낀다는 것. 그것은 작가의 할 일이고 숙명이다. 자신의 느낌을 만인의 느낌으로 전환시킨 언어, 느껴보자. 가끔은 / 너무나도 가볍게 / 내 몸을 날려버려 먼지처럼 날려버려 / 소풍 뒤 입장권 같은 / 허연 생의 비늘을.


병 사

때로 나는 생각한다
싸움의 광야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은
쓰러진 것이 아니고
학으로 날아가기 위해

모습을 바꾼 것 뿐이라고
-정태길의 병사 全文

작가에게 있어서 현대인 삶의 현장은 `싸움의 광야'이다. 우리네 인생은 그 속에서 탈출을 꿈꾸지만 탈출하지 못하는 영원한 병사요 전사들이다. 누가 그 병사에게 비웃을 수 있을까. 병사는 하늘로 날아가기 위해 그 모습을 바꾼 것 뿐인데,,, 정태길 시인의 사상은 남다르다. 깊이가 있으며 철학이 숨겨져 있다. 다만 그 깊이와 철학은 주관적 개념이다. 좀 더 객관적이고 멀리서 바라볼 때 그의 `깊이'는 뿌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곳 하남문협이 지양해야 할 뿌리의 성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펴 본 작품 속엔 문학적 감동과 삶의 노래가 숨겨져 있다. 더욱 성장하여 끝없이 감동의 언어를 산출해 내는 것은 하남문협이 뿌리를 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것은 한국문학의 성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 한국문학의 뿌리를...

쥐똥의 쥐똥이다가
흰꽃 멍울져 터뜨리면
뿌리 끝 아리도록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박재수>


평론
게시물 15건
No Title Name Date Hit
15 5.18 민주항쟁기념 청소년 백일장 대상 작품 "그날"을 읽고 박재수 08.06.05 1804
14 현대시의 이해와 현대시의 흐름 - 박재수 08.03.31 2185
13 동일성의 원리 박재수 05.01.29 2734
12 오솔길 스스로 숲이되는 -장기근의 시세계(하남문학 4집에서)- 04.08.28 1949
11 빗방울들이....-하남문학 3집을 읽고 03.05.14 1847
10 개나리 앞에서 03.04.08 1657
9 김소희님의 시, 가로수를 읽고 02.09.26 1335
8 박재수의 시 -근황 18 02.09.25 1470
7 박재수의 근황 2 -생선을 읽고 02.09.25 1364
6 김기택의 어린시절이 기억나지않는다를 읽고 02.09.24 1596
5 어떻게 詩 같은 詩를 쓸것인가 02.09.24 1588
4 뭉게구름을 읽고 2002'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박재수 02.09.24 1385
3 詩人의 가슴 -추경희의 시세계 02.09.24 1551
2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 하남문학 2집을 읽고 02.09.24 1500
1 문명속에서 버티고 있는 시인의 가슴 -김기택 시인의 시를 읽고 02.09.24 1941
 
비밀번호 찾기 회원 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