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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의 이해와 현대시의 흐름 -
  글쓴이 : 박재수 날짜 : 08-03-31 14:59     조회 : 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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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의 이해와 현대시의 흐름
                                          박 재 수

  시에 반해서 시를 쓰면서 어느순간 시를 볼 줄 아는 것이 시를 쓸 수 있는 것이요, 시를 쓸 수 있는 것이 시를볼 줄 아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를 쓸 줄 안다고 시를 다 볼 줄 아는 것이 아니고 시를 볼 줄 안다고 해서 시를 다 쓸 줄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수없이 `생산‘되는 시 속에서 좋은 시를 찾는 일은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안의 안목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내 시의 질적 수준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시 한 편을 보며 이 시의 좋은 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뼈아픈 후회 中(1994. 소월시 문학상 대상)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중략-
 
이 시의 주제는 자기 반성이다. 80년대의 시가 감춤의 저항이었다면 90년대 문학을 지배했던 모티브는 자기반성의 휴머니즘입니다. 80년대의 황지우 시인의 시는 비틀기(낯설게 하기)의 저항이었지만 90년대부터 이어온 당시의(민주화된) 시인이 그렇듯 저항에서(대중) 자기성찰(개인)로 변화된 시기였다. 이 시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나타냈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삶의 반성‘이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다. 한 행을 한 연으로 처리한 것은 그만큼의 가치(작가의 철학적 관점)를 표현한 것이다
  내게 왔던(인연) 사람이 부서져서 떠났다는 현실은 얼마나 슬프고 반성해야 하는가(작가는 개인적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도 분개하지만)
  이 작품의 결론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 줄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 내 뼈아픈 후회 바로 그거다; /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또 한편을 작품을 보자.
 어머니
더듬더듬 기는 줄기 끝 밝은 눈 있어 / 달빛으로 잉태하여 부푼 싹 돋고 /  겹잎 조각 잎 불어나 오톨도톨 살갑다 / 무던한 자줏빛 꽃 피었다 서둘러지고 / 바지런한 잎과 줄기 날로 무성하더니 / 따가운 땡볕에 누렇게 맥없이 바랬다 / 속절없이 야윈 헐렁한 줄기 성급히 뽑으니 / 말간 햇감자 속 짓무른 씨감자 / 착실히 썩은 어머니가 따라 올라온다      -2002 신춘문예 당선작 최향옥)
 
  작중 화자는(땅위에 드러난) 감자 잎의 성장을 보고 있다. 그것은 `달빛으로 잉태하여 부푼 싹 돋는 겹 잎 조각잎 불어나는 것‘이다. 달빛과 땡볕으로 나타난 어머니의 삶이 자식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 평범한, 정당한 진리가 얼마나 감동적인가! 이 부분은 `따가운 땡볕’에 누렇게 맥없이 바랜 모습이 어머니로 상징되는 동일성이다. 어찌 당연한 이 현실에 눈시울 붉어지지 않겠는가. ``말간 햇감자 속 짓무른 씨감자 / 착실히 썩은 어머니가 따라 올라온다‘’ 
  자식을 버리는 이 시대에, 에미를 버리는 이 시대에 우리 가슴의 울림이 아닐 수가 없다. 이 작품의 제목이 `감자‘였다면 그저 일반인이 보는 감자에 지나지 않지만 화자의 시 안목이 죽어서 싹틔우는 씨감자를 어머니로 표현하므로 문학적 가치로 재탄생했다.
 
  러브 앤 개년 (황병승)
  나의 연인은 말한다 우리가 아침에도 만나고 낮에도 만난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너는 조금씩 모르게 될 거야 어째서 사랑은 그런 것일까 나의 연인은 말한다 우리가 늦은 밤에도 만나고 새벽에도 만나고 공원에서 들판에서도 만난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결국 영원히 모르게 될 것이고 밤과 낮 공원과 들판에 대해서도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어째서 어째서 사랑은 그런 것일까 나의 연인은 소리친다 입 닥쳐 개년아 어째서라니 네가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릴수록 너는 더 미친 듯이 사랑에 목말라 해야 하고 이곳에 없는 나를 찾아 밤새도록 공원을 숲 속을 개처럼 헤매게 될 거다

  황병승은 장정일의 김수영문학상 이후 18년만에 시단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미래시‘의 대표적 주자다. 이 지면에 모든것을 말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현대시 그 흐름에 대한 작은 개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의 시집의 특징은 소설과 시의 경계가 모호한 혼돈의 나열이지만 도발적 이야기화와 경험의 접목을 통한 시적 표현방식은 새로운 자기만의 문학적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작중 화자는 연인을 통해 현 사회의 인간관계를 아이러니를 고발한다. 그리고 드러나 있지 않지만 슬퍼한다. 알면 알수록 속고 사는 것이 두렵다. 사기꾼과 상처를 주는 사람이 멀리 있는 것을 보았는가 작가는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적인 `관계’의 아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詩作)은 사물과 경험 시안을 통한 상징인 동시에 작가의 철학이다. 현대시가 요구하는 것은 깊은 성찰을 감동의 언어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상 이상의 노력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과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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