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재수
홈페이지 시인 박재수 프로필 이메일 방명록
  어떻게 詩 같은 詩를 쓸것인가
  글쓴이 : 날짜 : 02-09-24 16:38     조회 : 1587    
  Trackback Adress : http://bimilo.com/gnu4/bbs/tb.php/pyungron/5
어떻게 詩 같은 詩를 쓸것인가


어떻게 시같은 시를 쓸 것인가! 이 명제는 시로써 세계를, 시로써 삶을 노래하는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이다. 좋은 시를 쓴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자신의 부단한 연구노력과 숨겨진 예술, 문학적 감각을 찾아 발화시켜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 T.S. Eliot는 시의 정의에서
......... ``시란 감정의 해방이 아니고 감정으로 부터의 탈출''이라고 말했다. 이 뜻은 시란 감정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대상이 숨기고 있는 모든 가치있는 존재와 현상을 감지하는 인식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감정이 끼어들 틈이 조금도 없는 감정, 표현의 결과이다.........

(A)나는 길이 없어도 길을 만든다
나는 낮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걷는다.
나는 만유인력의 법칙에 순응하며 산다.
나는 갇히면 썩어서 죽는다.

(B)돌 부리가 나타나면 돌아가고
밤에 사는 박쥐처럼
은밀히 외면받은 땅을 찾는다.
닭이 된 새처럼
역류를 꿈꾸다 다시 추락한다.

-`水心' 中에서-


이 작품은 흐르는 물을 의인화 시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시적 장치를 동원하여 `수심'을 다분히 깊이 있게 표현하였다. 한 작가가 쓴 한 편의 시지만 (A)와 (B)가 다른점을 볼 수 있다. (A)는 다분히 설명적이고 비유가 없어 시적 긴장감이 없다고 느껴지나 (B)에 와서는
밤에 사는 박쥐처럼 / 닭이 된 새처럼 / 역류하는 물의 추락 등 동일성을 느끼게 하는 비유가 성립되어 시적 긴장감이 살아 있다.


(C)폭 우

하늘을 삼키고 먹구름은 운다.
여름만 되면 통곡을 한다.

쏟아지는 눈물더미 위에
분노의 폭탄이 터진다.
하늘을 직선으로 가르는
불칼이 저 산중턱
심장에 꽂히고
목조르는 긴장이
일초
이초
삼초
우르릉 꽝. 꽝
삼신 할매의 비명소리가
구들장을 흔들고 뒤흔든다.

서글픈 눈물은 하루종일
광란을 하는데
웃음진 태양은 언제 웃을련지

- `폭우' 전문-


(D) 장 마. 2
- 대 화

조심해야 돼
비구름을 동반한 태풍을 이고 북상중이야
神을 우숩게 아는 그 놈은
악마와 간통을 했다나
환한 대낮을 금방 어둡게 해
우르릉 - 쾅!
금방 환하게 해
시계줄을 풀고
뾰족한 곳을 피하라고
(벼락은 한 번도 죽을 놈을 때리지 않았다구)
매년 당하는거지만
손해 보는 것은 낮은 곳에 기생하는 우리 뿐
지붕을 단단히 메어두고
모랫주머니도 서너 개 준비해 두고
한 해만 잘 넘기자고
아무도 구원의 방주를 보내지 않을 이곳을 떠날
때까지 피래침하나 머리에 질끈 메고
한 번 덤벼 보자구
이렇게 살 순 없잖아

이 두 작품은 똑같은 여름 장마를 관찰하고 쓴 작품이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점이 있다. 폭우는 마지막 연에 `태양은 언제 웃을련지'라는 나약한주제를 끌어오기 위한 비오는 현상에 대한 진술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마.2'에는 장마를 악마와 간통한 고통의 이미지로 비유하고 정부나, 날씨(하늘)을 믿지말고 매년 수해의 피해자인 수재민들이 `피로침 하나 질끈 메고 살자'는 자연(사회)현상에 대한 작가의 현실비판, 또는 재난을 극복하여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멧세지가 숨겨져 있다. 문학은 이처럼 작가 자신의 고유한 관찰된 느낌을 대상을 통하여 비유적으로 보여줄 때 그 작품은 예술적 감동이 있고, 좋은 시로 보여지는 것이다.

(E)시원한 바람 한 줄기
검게 그을린 얼굴위에 스치면
노을 빛보다 눈부신 아버지 얼굴
코흘리게 소녀의 꿈이였어.

세월은 바람따라 흘러가 버렸고
지금은
두 아이 엄마가 되어버린 내 모습이
잠자리의 꿈을 좇고 있다.

아홉 살 딸 아이가
해바라기, 장미꽃 활짝 핀 동산을
바람따라 이리저리 뛰놀고 있다.
- 바람 中에서-

(F) 아홉 살 딸 아이
잠자리 되어
바람에 날개를 기댄 채
유영할 때
꽃이파리 후드득 놀라 잠 깬다.

두 아이 엄마가 된 지금
아이의 꿈을 내가 좇고 있다
바람되어 풀어지면서
스르르-

(E) 작품 `바람'의 주제는 어릴적 추억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기억을 회고적 형태의 독백된 진술로 추억을 나열함으로써 주제가 약해 언어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가장 중요한 시적장치(비유와 상징 등)가 걸러짐이 없어 시와 산문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시와 산문의 `차이'를 절감해야 한다.
작품 (F)는 작품 (E)를 재구성한 것이다. 아홉 살 딸을 잠자리, 엄마는 바람으로 형상화(비유)시켰다. 또한 엄마가 아이의 꿈을 좇음으로 `순수를 지향하는' 엄마의 마음을 역설적으로 주제를 살리고 결과적으로 시대가 다른 엄마와 아이는 동화되어 동일성 비유와는 또다른 同一性을 창조하고 있다. 또한 `꽃이파리(식물성) 후드득 놀라(동물성)라는 표현과 `바람되어 풀어지면서/스르르-'로 바람을 형상화하여 시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와 같이 시는 시의 옷을 입어야 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유행을 따라가는 옷이 아니라 유행을 창조하는 시의 옷을 입혔을 때, 그 시는 詩 같은 詩가 되는 것이다.


<박재수>


평론
게시물 15건
No Title Name Date Hit
15 5.18 민주항쟁기념 청소년 백일장 대상 작품 "그날"을 읽고 박재수 08.06.05 1804
14 현대시의 이해와 현대시의 흐름 - 박재수 08.03.31 2185
13 동일성의 원리 박재수 05.01.29 2734
12 오솔길 스스로 숲이되는 -장기근의 시세계(하남문학 4집에서)- 04.08.28 1949
11 빗방울들이....-하남문학 3집을 읽고 03.05.14 1847
10 개나리 앞에서 03.04.08 1657
9 김소희님의 시, 가로수를 읽고 02.09.26 1335
8 박재수의 시 -근황 18 02.09.25 1470
7 박재수의 근황 2 -생선을 읽고 02.09.25 1363
6 김기택의 어린시절이 기억나지않는다를 읽고 02.09.24 1596
5 어떻게 詩 같은 詩를 쓸것인가 02.09.24 1588
4 뭉게구름을 읽고 2002'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박재수 02.09.24 1385
3 詩人의 가슴 -추경희의 시세계 02.09.24 1551
2 안개처럼 토해내는 우직의 힘 - 하남문학 2집을 읽고 02.09.24 1499
1 문명속에서 버티고 있는 시인의 가슴 -김기택 시인의 시를 읽고 02.09.24 1941
 
비밀번호 찾기 회원 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