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 11
- 사랑니
더이상 자제할 수가 없어
지금 뽑아야할 호기야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돼
출혈이 있더라도
나날이 변화하는 인스턴드에 대응하기 위해
젊고 날카로운 어금니에게
자릴 양보해야 돼
생살 찢는 고통은 순간이야
기인 안정을 원한다면
- 졸시, 사랑니 전문- 94년, 부산문학 32 집
.................................................
보름전 부터 잇몸이 붓더니 라면 씹기조차 어렵게 됐습니다. 뭣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사를 끝내고 병원에 들렀더니 전에 치료 받은 이가 잘못되어 잇몸까지 문제가 되어 뽑아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전에 덕풍동 모 치과에서 한 달을 신경치료니 뭐니했는데 잘 낳지 않아 치료를 중단하고 의사나 나나 갸웃뚱한 적이있다 의사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 우짜든 처음으로 이를 뽑고 보니 그것도 칼을 됐다고 솜을 물고 있는데 피는 나오지 한 시간동안 입도 못벌리고(당연히 말도 못하고) 벌을 서야 했다. `뽀뽀는 다했다! 오호, 불쌍한 넙때기 엄마!... '
저녁되니 그것하나 없어진 것이 강철이라도 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른 여덟해를 나의 삶과 미각을 위해 봉사해 준 어금니에겐 미안하지만 버릴 것을 잡고 있었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깨닳은 시간이 소중하기도 합니다. 나의 삶이 부실한 잇몸에 엊혀진 어금니는 아니었는가! 나의 시간에 도려 내어야 할 환부는 없는가 되돌아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