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지금 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어. 부산을 떠나온 지 7 년 만에 부산 반여동 집을 찿았어. 그때 그 모습이 마치 화석처럼 자리 잡고 있었어. 몇달 전 아들과 며느리 손주를 두고 부산 집에 자리잡은 75 세의 노인이 세간살이도 없는, 마치 작은 아파트 사각의 상자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아... 설겆이 제대로 안된 그릇 두 개, 무 두어 조각 있는 된장국, 걸래 같은 수건 달랑 하나, 늙은 영감의 고집이라고 하기엔 비참한 그림 그림들... 그래도 노인네는 아들 온다고 따듯한 밥 많이 해 놓고 새벽 두 시 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출장이라고 왔으니 오전에 볼일 보고 시장을 갔다 오는 길이야.
고등어 5000원 고추가루 3000원 (세상에 영감쟁이 양념 하나 없이 사는 것 있지!) 무 1000 원 파 1000원... 뭐 식당에서 맛잇는 거 사주기 보다 아들이 "애비"에게 해주고 싶었어(머시매라도 음식은 맛갈나게 잘해 우숩게 보지말라구) 점심을 드셧는데 고등어 찌게를 해드리니 한 번 더 들더구만 "해 먹고 싶은데 할 줄을 알아야지 "하면서... 소리 없이 나가시더니 수건 한 개를 사오셨어.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오는 거야. 주체 할 수 없어서 집을 나와 너에게 편지를 쓰는거야. 부딫치며 살아도 핏줄이더라고 7 년 만에 친구 만나는 것을 포기하고 애비하고 있는데 텅빈 방안이 왜그리 가득차게 보일까? 애비가 남겨준 것은 수 십년 남에게 이용당하는 순박함(?)과 그로 인한 찢어지게 가난함... 그것이 나를 더욱 강인하게 살게 한거야...두고 온 두 딸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이쁜 궁뎅이 쭈욱 빨고 싶어 나도 "애비"가 다됐나? 나의 애비도 날 그렇게 키웠겠지...
슬퍼. 지금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이 사각의 모니터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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