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국은 늦은 퇴근시간 부터 시작입니다.
회사 일이 마치는 순간 한 걸음이라도 빨리 집에 들어 가려고 몸과 마음은 온통 집을 향해 달립니다. 종일 눈에 어른 거리던 두 딸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싶은 까닭입니다. `나야, 문열어.' 하면 맨처음 `후다닥' 발소리와 함께 뚱땡이 세 살배기 딸 아이가 문을 열고 `아빠!~ 안아줘' 합니다. 둘이 포옹하며 눈을 마주치는 순간의 행복함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두 딸 아이의 놀이터가 됩니다. 출장이라도 가서 아이들을 보지 못할 때면 모든 사물이 아이들의 얼굴로 도배를 합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습니다.
동생 집에 갖다오신 어머님이 눈을 보자고 하십니다. 이제 희미하게 윤곽만 보인다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시는 어머니! 살아 있어도 자식 얼굴을, 눈빛을 볼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조용히 촛점 잃은 눈빛으로 말씀하십니다. `이제 나는 눈으로 보아서는 너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고.....
당뇨 합병으로 하나 하나 빠지던 이빨이 7년전 모두 빠지고 이제는 눈마져 잘 보이지 않으시는 어머니! 자식때문에 살아오신 어머님의 지난 세월들, 오 형제를 위해 조금씩 내 놓으신 몸은 이제 힘을 잃고, 가늘어진 다리는 그 몸을 감당하기도 힘이 듭니다.
어머니! 당신은 얼마나 아픔을 안으로 안으로만 삭히시는지....
생각만이 살아 지금도 한 번씩 말씀하시면 그 재치와 위트에 며느리와 아들은 얼마나 깔깔거리는지요. 곧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그 고통을 전혀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자식에 대한 마지막 배려! 그것이 아들에겐 더욱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오늘도 생선 가시를 발라 어머니의 수저 위에, 딸 아이의 수저 위에 올려 놓으며 잔잔한 흐뭇함이 가슴으로부터 전신에 흐릅니다. 사랑의 빚진 자 된 내가 지금부터는 조금씩이나마 갚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입니다.
마지막 친구로 남은 어머니의 `방안 속의 TV ' 는 희미하게 전파를 잡으며, 겨우 그림을 그립니다.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제 자식의 불효처럼...
지지지..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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