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일기 . 34
- 조금씩 걷기
가까운 거리지만 이사를 하게 되니 정들었던 이들을 보기 힘들어 섭섭해, 또한 하나 둘 잊혀질 얼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해... 하지만 곧 새로운 얼굴들과 적응해야 하는 낯선 숙제들이 밀려 왔어. 그 중 반가운 얼굴, 웃음과 감사함이 넘치는 한 얼굴을 그려 볼려고 해.
한 70 세는 넘어보이는 할아버지야 전혀 나이같지 않은 동안의 눈빛을 가진, 아기들을 보며 이쁘다하는 그 순박한 웃음을 잊을 수가 없지. 그런데 어떻게 걷는지 알아? 어떤 병에 걸렸는지 두 발을 V자 형태로 모우고 한걸음에 10센티도 않되게 종종걸음을 하는 것이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가냘픈 몸, 마치 나뭇가지 하나가 천천히 바람에 날리는 것이라고 생각 했어. 눈치도 없이 차들이 "빵"하면 할아버지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뒤를 쳐다보곤 잽싸게(?) 그 예의 종종걸음으로 한쪽으로 비켜주곤하지. 내가 십 분 걷는 거리를 두 시간에 걸으면서도 웃음 순박한 그 얼굴, 나는 나의 현실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아무리 빨리 걸어도 그곳을 먼저 도달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어...
문을 열고 동네를 나서면 자주보는 그 얼굴, 살아있는 것 말고는 무엇하나 감사할 수 없는, 아니 살아있는 것이 고통일 수도 있는 그 얼굴은 오늘도 어느 골목에서 바람에 밀리고 있을 거야. 한 손에 성경을 들고 한손을 예수같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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